직접 해먹기

[홈베이킹] 최초 주문 : 비건 두부 브라우니. 대파감자스콘. 땅콩버터쿠키

밤콩보리 2020. 3. 16. 21:50

한 3주 전 짝꿍이 가는 책모임에서 포트럭을 한다길래, 비건두부브라우니를 들려보냈다. 학원에서 배운 논비건 브라우니를 한 두번 만들어봤고, 비건두부브라우니는 처음이었다. 그냥 브라우니만들려다가 버터의 눅진한 설거지(그 기름 설거지할때 너무 싫음)가 싫어서 제대로 펼쳐보진 않았던 쿡앤북 레시피북을 펼쳤다. 나가야할 시간은 다가오고 황급하게 논비건 브라우니 레시피와 쿡앤북 레시피를 막 합쳐서 그냥 했다. 파운드케익 틀에서 꺼낸 브라우니는 잘 안익은건지 덜 식은건지 막 흘러내릴 지경이었지만, 그냥 반찬통에다가 빨리 넣어서 내보냈다. 창피할 지경....

 

그랬던 비건두부브라우니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같이 먹었던 이 중 한 분(안면있는 분)이 주문할 수 있냐는 요청을 해왔다. 너무 좋아서 연락받고 방방 뛰었는데 막상 전달일이 다가오니 긴장되고 겁이 났다. 주문 받은 전전날, 아예 쿡앤북 레시피대로 미리 예행연습 진행.

 

<예행연습 레시피>

-통밀가루 120g, 코코아파우더 30g, 유기농설탕 85g, 베이킹파우더 소량, 소금 한꼬집, 오일 35g, 꿀 40g, 두유 140g, 두부 100g, 전분 15g, 다크초콜릿 60g, 넛츠

 

: 중력분을 통밀로 대체했더니 텁텁. 지난번엔 코코아파우더도 넣지 않았기때문에 이것때문에 텁텁해지기도 한듯. 먹어본 이는 꿀향이 강하다고. 전분을 넣었더니 끈끈한 짜임은 있었음(무너지지 않음). 두부향도 강하다고.....왜지??

 

지난번 레시피가 마구만든거여서 전혀 기억이 안나서 포기하고픈 마음 ㅠㅠ 마음 가다듬고 당일에 진행. 막상 전날에 재료준비를 제대로 못해서 아침엔 재료사러 뉴타운까지 자전거타고 버스타고 왔다갔다 에너지 다씀.......으휴 인간아

 

 

주문자가 찍어주신 단면

 

<비건 두부브라우니>

-앉은뱅이밀가루(박력분) 100g, 통밀 20g, 마스코바도 65g + 유기농설탕 20g, 베이킹파우더 2g, 소금 한꼬집, 다크초콜릿 85g, 두유 140g, 두부 100g, 아가베시럽 40g, 현미유 35g

 

: 박력분을 앉은뱅이밀가루로 대체하고 있는 와중인데 수입 밀가루와 똑같은 성질을 가지는 지는 알아보아야 할듯

: 마스코바도가 더 풍미가 좋은데(특히 푸딩에서 빛을 발하더라) 체에 너무 안걸러져서 승질나서 유기농설탕 일부 대체. 미리 체에 다 걸러놔야. 마스코바도가 원가는 좀 더 높다

: 한살림 두유를 주로 쓰는데 약간의 간이 되어있어서 아예 100% 두유액을 쓰고싶은 마음. 그래도 아주 달지는 않은 편.

: 연습에서는 꿀을 썼는데, 불현듯 "꿀은 비건이 아닌데!!!!!!" 라고 깨달았음. 평소 꿀은 즐겨먹는 편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큰일날 뻔했다. 집앞 슈퍼에 유기농 아가베시럽이 팔길래 살 수 있었음.

: 올리브유같이 풍미가 있는 기름보다 현미유가 쓰기 좋은듯. 쌀 소비에도 일조할 수 있고. 근데 제발 유리병에 담아서 팔면 안될까요?

 

양을 두배로 해서 두개 틀을 한꺼번에 돌리려다가, 그래도 미리 시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1차 돌림. 20분 정도 구우니 젓가락으로 찔렀을때 묻어나오지 않는 듯해서 그대로 꺼내고 뒤집었다가 와장창 브라우니가 무너지는 대참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 정말 울고싶었다. 다 집어치우고 싶은 심정. 찔러볼때 가운데 부분을 찔러봐야 하는데 가장자리만 찔러보니 당연히 익은줄 알았던 것. 젓가락으로 찌르니 구멍도 크게 나는데 케이크 핀을 정말 사야할듯 ㅜㅜ 무너진거 먹어보니 다행히 맛은 진해서 레시피는 이대로 진행하기로.

 

두번째에는 아예 방산시장에서 사운 파운드케익 종이틀에 반죽을 넣고 구움. 20분을 넘어서 30분, 40분 가까이 넘게 구운듯. 몇번 다른거 넣느라 오븐을 열어서 온도가 떨어져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반 브라우니보다 두부가 익는게 더 오래걸리는듯....ㅜㅜ 표면이 갈라지는 정도가 되어야 다 익는듯. 그러고도 젓가락으로 더 찔러보기가 뭐해서 주면서 조마조마 했는데 (종이 틀에 넣었으니 숟가락으로 파먹겠지? 라는 안일한 판매자의 생각) 다행히 잘 굳어있었다고. 식으면서 굳기도 하는듯.

 

지난번보다 맛있었다는 평가. 코코아파우더를 빼고 아예 다크초콜릿을 많이 넣었던 것도 있고..... 다행다행

 

 


<비건 대파감자스콘>
-멥쌀가루 100g, 통밀 10g, 베이킹파우더 5g, 두유 50g, 설탕 20g, 소금 0.5g, 올리브유 40g, 감자 110g, 대파 35g, 후추 적당량 

 

: 학원에서 배운 레시피. 강력이나 박력쌀가루가 아닌 일반 멥쌀가루를 쓴다는게 특징. 다른 가루로도 도전해봐야겠다. 학원에선 이탈리안 허브를 추가하기도 했는데 집에 후추뿐이라....... 국산 허브류를 좀 구빟해놓으면 좋을듯. 이건 현미유가 아닌 올리브유를 쓰는 레시피. 감자를 전자렌지로 2분 정도 돌리는데 수분이 날아가는걸 유의해야 함. 물한컵 같이 넣어주기.

 

지난번 비건두부브라우니를 들려줄 때에 이것도 보내주려다가 너무 안익고 수분만 날아가서 못줬던 기억이 있던지라, 조마조마했음. 오븐앞에 붙어앉아서 계속 관찰해서 꺼냄. 식은거 먹어보니 꽤 괜찮았음. 근데 아이스크림 스쿱이 작지 않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크기는 작게 나와서 스콘 크기라기보다는 약간 쿠키 스러움.... 애초에 이 스콘이 일반 스콘과는 굉장히 다른 양태라....... 비건 스콘, 쌀 스콘에 대해 좀 더 만들어봐야 할듯. 역시 반응 좋았음. 대파를 넣었다는 것에 재밌어하는듯. 식사 대용으로 참 좋은 메뉴

 

 

<비건 땅콩버터쿠키>

- 앉은뱅이밀가루 37g, 통밀 25g, 전분 10g, 베이킹파우더 2g, 소금 0.3g, 현미유 15g, 아가베시럽 25g, 땅콩버터 35g, 두유 20g

 

땅콩버터 가격이 문제. 한살림에 파는 국산땅콩버터는 사실 스키피같은 시중 판매 버터에 비하면 너무 가격이 쎔. 일단 한살림껄로 하긴 했는데 이걸 정말 판매한다면 잘 생각해봐야할듯...... ㅜㅜ 우리생협에 파는 유기농 땅콩버터도 있는데 가격이 한살림보다는 싼데 국산은 아니고, 팜유를 넣어서 좀 쓰고싶지않음.

 

학원에서 한번, 집에서 한번 해봤던 레시피..... 만들기 자체는 매우 쉬워서 준비하면서도 룰루랄라 하면서 진행. 반죽을 냉동 30분 휴지하는 패기까지 부림. 그러나 굽는 과정에서 오븐 온도가 한번 떨어져서 좀 올려놨더니 난데없이 200도를 넘어서서 타버림..... ㅜㅜ 그렇다고 까맣게 타는건 아니지만 내가 먹을 수는 있어도 '판매용'으로 드리기엔 민망한 수준의 타기. 결국 다시 시도.

 

좀 더 얇게 펴서 커터로 찍고(다시는 별모양 커터 안쓴다. 다섯 귀퉁이를 다 신경써서 떼어내야하니 열받을 지경... 다람쥐 토끼 모양 커터가 있었는데 비건이 드시는데 뭔가 동물모양 커터쓰기가.......그래서 별을 썼음...) 다시 굽는데 이것도 오븐 노려보면서 계속 살펴봄.

 

* 포장 : 마땅한 포장종이가 없어서 전날 방산시장에서 파운드케익틀, 파운드케익상자, 머핀상자, 각대크래프트봉투, 크래프트손잡이봉투 등 별거 다삼..... 누가 보면 업장 차린줄. 브라우니는 파운드케익틀째로 깊이있는 머핀상자, 스콘은 각대봉투에 담고, 쿠키는 집에 있던 유리병에 담음. 유리병과 각대봉투 다시 깊이있는 머핀상자에 넣어서, 머핀상자 두개 크래프트손잡이봉투에 넣음. 하 포장하기도 쉽지않다. 플라스틱 제로 포장이 이렇게 힘듭니다.

 

* 오전 10시~11시 장봐오고, 11시~3시 반까지 중간중간 아주 잠깐 쉬고 한거 빼면 거의 4시간 한듯ㅋㅋㅋㅋㅋㅋㅋㅋ 오마이갓. 쿠키와 브라우니를 실패하는데에 한시간을 넘게 썼으니 원. 다음부턴 전날 재료 다 준비해놔야하는건 필수고, 좀 더 평소 연습을 해놔서 실패하지 않도록. 무엇보다 오븐을 열심히!!!!! 잘 살펴야함!!!!!!!!

 

* 가격 : 브라우니 15000원, 스콘 5000원, 쿠키 5000원. 나름 재료 단가 계산 하나하나 하면서 매긴건데 노동력과 오븐사용 집기사용 등에 대한 고려가 잘 되지 않은듯.. 무엇보다 재료를 유기농, 국산, 한살림 이렇게 주로 쓰다보니 단가 깡패 ㅋㅋㅋㅋㅋㅋㅋ 이럴 시간에 편의점 알바를 하면 되지않을까? 짝꿍과 "그래서 빵만드는 사람들이 착하다니까" 라는 이야기 나눔...정말 진솔한 직업이다.

 

* 주면서 너무 창피했지만 너무 맛있게 다들 잘먹었다는 말을 들으니 뿌듯. 좀 더 열심히 연습해서 주변인들에게 나눠주는 능숙한 베이커가 되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