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피팥고물 / 단열 뽁뽁이 / 도서관 / 에어프라이어 감자칩 / 깻잎페스토
오늘의 허송세월
-아침 8시 반 기상. 장조림, 망초나물, 연근샐러드 뎁혀서 치커리와 먹고 설거지하다가 빵꾸난 고무장갑을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생활용품점으로. 이참에 기모 고무장갑을 사야겠다 다짐했건만 없길래, 재활용의 용이성을 생각해보며 그냥 일반 고무장갑으로. 그냥 집앞 슈퍼에서 살걸. 대형 생활용품점 소비를 반성하는 요즘.
-짧은 산책 마치고 어제 불려둔 거피팥 고물만들기 작업 시작. 떡 수업을 들은지 8주째, 둘째 주에 들었던 거피팥 고물만들기를 이제 해보았다. 그렇게 까먹어서 인지 써놓은 레시피를 읽어도 이해가 안가고 맞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운현궁앞에서 만났던 나무 잡동사니 트럭 아저씨(뭐라고 해야할까...가끔가다 길에서 만나게되는 주렁주렁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생활용품을 걸고 다니는..장날에도 볼수있는...그런...) 에게서 샀던 어레미(*굵은 나무체) 에다가 거피팥 마구 문질러서 탈피시키고 어쩌고 하길 네차례. 냄비에 40분간 끓이는데 너무 많이 불려서 인지 약간 죽처럼 되고, 냄비는 밑부분이 탔다........대강 체에다가 놓고 물기 빼고, 원래 방망이로 으깨줘야되는데 그럴 필요도 없어짐......... 이게 아닌데 아무튼 한김 식히고 오후에 통에 넣어 냉동.
-단열뽁뽁이 배송. 어제 약국에서 어쩔 수 없이 받았던 비타민음료를 기사님께 건넸다. 정말 왠만하면 배송을 시키고 싶지 않은데 생활용품점 등에서 파는 뽁뽁이는 두껍지 않았다. 이토록 춥고 볕안드는 집엔 두꺼운 뽁뽁이가 필요했다. 11T의 두꺼운 뽁뽁이로 주문.
거대한 뽁뽁이가 겁이 났지만 하우스메이트가 여행간 관계로 홀로 줄자와 커터칼, 플라스틱 자와 형광펜을 동원해 도전. 수술 이후 몸을 쭈그려야 하는 화장실 청소조차 하지 않은 10개월이건만 엎드리고 쭈그리고 온몸을 다 바쳐야 하는 작업이었다. 목은 뻣뻣해지고 체력의 한계마저 느낄정도. 30년 된 연립주택의 창은 오죽 큰가, 제일 큰방 창은 폭이 103cm인지라 1m 폭의 뽁뽁이와 안타깝게 딱 들어맞질 못했다. 일단 그냥 붙였다. 남는 자투리 3cm는 다시 잘라 덧붙여줘야할듯. 아무튼.....너무 힘들었다. 거실창, 큰방창, 화장실 창 세군데하고 나머지는 하우스메이트 몫으로 남겨두기로. 이중창이니 바깥창도 해야할지, 이중창이 아닌 거실은 바깥에도 붙여야할지 고민. 그렇다면 10m를 샀는데 5m를 더 사야할듯 ㅜ
-작업으로 허기져서 허겁지겁 아침 그대로의 반찬 다시 뎁혀서 이번엔 치커리대신 양배추 쌈. 꾸러미로 온 망초나물은 맛이 약간 갔는데 너무 많아서 그냥저냥 먹었다. 먹자마자 설거지하고 은평뉴타운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한권 반납하라는 카톡이 오길래, 계획에 없던 도서관으로.
-우리집에서 뉴타운 가는길. 사설 주말농장 부지와 테니스코트, 식당 두 곳이 함께 있다. 넓지 않은 길이지만 차가 거의 다니지 않고, 북한산을 바라보기 꽤 좋은 곳. 지날때마다 호사스러운 기분. 만추의 풍경. 폭포동 아파트로 나오면 메뚜기 다리 밑 진관내천길도 좋다. 장갑 벗고 볕쬐니까 하나도 춥지 않았던 낮 3시.
-뉴타운쪽으로 나와 따릉이 빌려타서 1km정도 가면 은평뉴타운도서관. 크지않지만 그만큼 사람이 적고 한적해 좋음. 꼭 미뤄둔 신문을 다 읽으리라 다짐해서 집에서부터 굳이 들고간 2주 지난 경향신문 읽기. 밥먹으면서 볼수 있을만한 가벼운 페이지들은 남겨두고 커버스토리, 시사 쪽 완독. 도서관에 가니, 동네에서 보지 못했던 젊은이들이 제법 있었다. 다들 뭘 준비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바쁘구나.
-5시 반에 나왔는데 캄캄해지기 시작하는 요즘. 뉴타운도서관앞에 바로 따릉이가 있어서 빌려타고 연신초등학교앞까지 5분정도면 금세 도착. 내려서 다시 800m쯤 걸어서 수리공원으로. 운동기구들로 스트레칭 2세트씩 굴리고, 스쿼트 50개까지가 요즘의 아주 가벼운 운동 수준.
-스쿼트로 달궈진 몸으로 집에와, 싹난 감자 다듬고 썰어서 올리브유 뿌려서 에어프라이어 행. 어제 만들어둔 양배추+당근+브로콜리 해독주스도 살짝 뎁혀서 오피스(the office)보면서 즐거운 저녁.
-깻잎페스토 만들기. 저녁먹고 아침에 씻어둔 깻잎이 다 말랐길래 썰어서 잣, 올리브유, 마늘, 후추 넣고 믹서 행. 절구로 빻아보려했으나 어깨가 썩 좋지않아 패스.... 본가에 있을땐 동생이 사둔 치즈가루를 넣었는데 없어서 생략해봄. 맛없을라나. 유리 용기에 덜고, 믹서와 숟가락에 들러붙어 있는 것들은 내일 빵을 사던지 떡을 굽던지 해서 설거지 겸 발라먹을 요량으로 일단 냅둠.
-그리고 지금 블로그 첫 글 쓰기! 부지런한 허송세월을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기록해볼 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