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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허송세월

6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애를 하면서, 크리스마스는 아주 특별한 날은 아니었다. 알뜰살뜰 데이트하는 우리로서는 비싼 곳을 예약해서 식사를 하거나, 치렁치렁한 선물을 준비한다거나 하는 것이 아까웠고 굳이 크리스마스에 그래야하는 이유도 느끼기 힘들었던 듯 싶다. 그저 여느때의 데이트와 크게 다름없이 맛있는 걸 먹고 같이 걷고 여차하면 케익 한 조각 먹는 그정도 였던 듯 싶다. 최근의 크리스마스를 돌이켜보자면 재작년엔 싸웠고 작년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아무 기대없이 간 명동성당에서 춥지만 야외 합창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급하게 명동성당 밑에 서점에서 서로 책을 골라 선물해주는 정도로 끝맺었다. 아, 크리스마스엔 비싸질 뿐만 아니라 붐비는 모텔을 생각해 우리는 크리스마스면 그 또한 생략하고 정작 당일에는 ..

걸어서 20분 + 자전거 5분 이렇게 은평 뉴타운 쪽으로 가면 한살림 구파발매장과 두레생협 진관점에 갈 수 있다. 오늘의 장보기 목표는 해독주스 재료 -양배추, 당근- 사러. 먼저 들른 한살림은 양배추와 당근이 쏙 떨어진 상황. 지난 번에 주스용 당근을 1kg에 3천원 안되게 사서 상태가 썩 좋은건 아니지만 가격대비 양이 많아 아주 잘해먹었다. 그러나 한살림은 올때마다 할인하는 것들이 손을 잡아끈다. 야채 할인이 무려 50%까지. 한봉에 보통 3천원이 넘지 않다보니 500~1500원 사이로 야채 그득한 한봉을 구입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물론 유통기한이 다다른 가공식품도 할인, 할인, 할인. 그래서 계획에 없지만, 냉장고에 본가에서 가져온 반찬이 있지만, 난데없이 구입하게 된 메밀묵(3200원->1600..

오늘 오후 다섯시 반. 멧돼지를 보았다. 한 10미터 거리. 집에서 나와 50보만 걸어가면 북한산 둘레길 밑 수리공원이 있고, 하루에도 두세번씩 거길 지나고 그 곳에서 운동해온지 세 달째. 운동하며 걱정했던 두가지가 있었다. 남성 범죄자와 멧돼지. 멧돼지의 경우 정말로 마주칠 수 있다는 염려가 들었다. 몇주 전 쯤 처음으로 밤 10시가 넘어서 늦게 공원에 운동을 하러 나갔는데 아무도 없는 와중에 산에서 내려온 걸로 보이는 대형견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재빨리 시선을 피해 내 갈길 가니 멈칫했던 개 역시 제 갈길을 갔고 다시는 밤 9시 이후 공원 쪽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아직 어둠이 다내려앉지도 않은 오후 다섯시 반에 스트레칭 기구에서 한적하게 다리나 휘저으며 노래를 듣던 와중 이었다. 공원..

오늘 아침 산책에서 40여분간 나눈 대화. 1. 집앞 방앗간 주인아저씨 "어서오세요" 나 "쌀 빻을 수 있어요?" 주인아저씨 "아 쌀은 안해요 ㅎㅎ" 손님이 있을까 싶은 골목길에 있는데 가끔 보면 할머니들 몇몇이 앉아 있고 고추 빻는 냄새가 풀풀 나는 곳. 2. 집에서 5분 떨어진 방앗간 겸 떡집 나 "쌀 좀 빻을 수 있을까요? 뿔려왔는데" 주인아저씨 "예 잠깐만요" (신용카드 놓고 핸드폰으로 뭔가 결제중) 주인아저씨 "소금간 안해드려도 되죠?" 나 "네" 나 "얼마 드리면 될까요?" 주인아저씨 "3천원 주세요" 딱 두번 기계를 돌려서 새 봉투에 담아주심. 아 봉투가져올걸! 떡 구경하면서 같이 사먹고 싶었는데 내가 만들 떡 다먹어야할 생각에 다음으로. 3. 그 방앗간에서 30보쯤 떨어진 약국. 나 "빨간..

오늘의 허송세월 -아침 8시 반 기상. 장조림, 망초나물, 연근샐러드 뎁혀서 치커리와 먹고 설거지하다가 빵꾸난 고무장갑을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생활용품점으로. 이참에 기모 고무장갑을 사야겠다 다짐했건만 없길래, 재활용의 용이성을 생각해보며 그냥 일반 고무장갑으로. 그냥 집앞 슈퍼에서 살걸. 대형 생활용품점 소비를 반성하는 요즘. -짧은 산책 마치고 어제 불려둔 거피팥 고물만들기 작업 시작. 떡 수업을 들은지 8주째, 둘째 주에 들었던 거피팥 고물만들기를 이제 해보았다. 그렇게 까먹어서 인지 써놓은 레시피를 읽어도 이해가 안가고 맞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운현궁앞에서 만났던 나무 잡동사니 트럭 아저씨(뭐라고 해야할까...가끔가다 길에서 만나게되는 주렁주렁 플라스틱이 아닌 나무생활용품을 걸고 다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