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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허송세월

걸어서 20분 + 자전거 5분 이렇게 은평 뉴타운 쪽으로 가면 한살림 구파발매장과 두레생협 진관점에 갈 수 있다. 오늘의 장보기 목표는 해독주스 재료 -양배추, 당근- 사러. 먼저 들른 한살림은 양배추와 당근이 쏙 떨어진 상황. 지난 번에 주스용 당근을 1kg에 3천원 안되게 사서 상태가 썩 좋은건 아니지만 가격대비 양이 많아 아주 잘해먹었다. 그러나 한살림은 올때마다 할인하는 것들이 손을 잡아끈다. 야채 할인이 무려 50%까지. 한봉에 보통 3천원이 넘지 않다보니 500~1500원 사이로 야채 그득한 한봉을 구입할 수 있을 때가 많다. 물론 유통기한이 다다른 가공식품도 할인, 할인, 할인. 그래서 계획에 없지만, 냉장고에 본가에서 가져온 반찬이 있지만, 난데없이 구입하게 된 메밀묵(3200원->1600..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떡 수업에서 들은 '상추떡'(흰 팥앙금, 거피팥을 이용한 시루떡인데 상추가 들어감)을 집에서 만들기 위해 상추가 필요했다. 집 근처 농장의 비닐하우스 '준식이네'에서 3천원어치 상추를 샀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다. 애초에 3천원 어치를 기본으로 파는 집인 데다가 상추 농사 끝물이라 그런지 포기째 뽑아놓은 상추들을 뭉터기로 아주머니께서 넣어주셨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상추떡에 들어가는 상추의 양은 많지 않았다. 이럴 거면 생협에서 천원어치만 사올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정도로 그득한 상추들은 매끼니마다 우리의 상에 올라왔다. 그러나 애를 써서 상추를 마구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느날 하우스 메이트가 말했다. "고기라도 구워먹어야 없어질텐데" 그게 무슨 소리냐며 왜 ..

더덕까기 배달음식이 진을 치는 요즘, 우습게도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것도 훨씬 쉬워졌다. 갖은 재료가 모두 손질되어 꺼내어 냄비에 모두 끓이기만 하면 되는 '요리 키트(KIT)'가 유행한다. 껍질이 벗겨진 감자가 진공포장되어 마트에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 나로서는 키트 역시 낯설다. 집에서 밥을 해먹는다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포함된다. 말마따나 쌀을 씻고 밥을 안치는 것, 갖은 양념을 넣고 요리를 하는 것, 육수 또는 채수를 끓이는 것, 뭔가를 굽거나 부치는 것 등등. 요리 키트가 유행하는 건, 이 중 제일 '버겁게' 느껴지는 재료를 다듬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일테다. 껍질을 벗기고 물에 씻어 헹구고, 씨를 발라내고 어쩌고 저쩌고를 모두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얼마나 간편한가. 본가에 살때 요리광인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