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허송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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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허송세월

40여분간의 대화

밤콩보리 2019. 11. 22. 23:45

준식이네 야채가게의 상추와 떡방앗간에서 쪄온 쌀로 찐 '상추떡'. 모양 다망가짐..그리고 약간 덜익었음.. 준식이네 야채가게 사진을 첨부하고 싶은데 찍은게 없다. 간판이 참 소박하니 예쁜데. 다음으로.

오늘 아침 산책에서 40여분간 나눈 대화.

1. 집앞 방앗간 


주인아저씨 "어서오세요"
나 "쌀 빻을 수 있어요?"
주인아저씨 "아 쌀은 안해요 ㅎㅎ"

손님이 있을까 싶은 골목길에 있는데 가끔 보면 할머니들 몇몇이 앉아 있고 고추 빻는 냄새가 풀풀 나는 곳. 

2. 집에서 5분 떨어진 방앗간 겸 떡집


나 "쌀 좀 빻을 수 있을까요? 뿔려왔는데"
주인아저씨 "예 잠깐만요" (신용카드 놓고 핸드폰으로 뭔가 결제중)
주인아저씨 "소금간 안해드려도 되죠?"
나 "네"
나 "얼마 드리면 될까요?"
주인아저씨 "3천원 주세요" 

딱 두번 기계를 돌려서 새 봉투에 담아주심. 아 봉투가져올걸! 떡 구경하면서 같이 사먹고 싶었는데 내가 만들 떡 다먹어야할 생각에 다음으로. 

 


3. 그 방앗간에서 30보쯤 떨어진 약국. 


나 "빨간약 좀 주세요"
약사아주머니 "어디 다치셨어요?"
나 "아 뭘 까다가 베여서요. 얼마에요?"
약사아주머니 "천원입니다"

어제 더덕을 손으로 마구 가다가 손톱 안쪽이 어떻게 저떻게 껍질에 베인듯. 계속 따갑고 약간 붓길래 처방. 근처에 전혀 병원이라고는 없는 정말 동네 약국.

 


4. 준식이네 야채가게


나 "상추 좀 주세요. (봉투벌리며) 여기다가 주세요"
주인아주머니 "아이고 여기다가? 내 봉투 줄게"
나 "아니에요 집에 봉투가 너무 많아서. 여기다가 주세요"
주인아주머니 "(상추 무지막지하게 담아주며) 그래 맞어 봉투가 너무 많아 그치? 우리도 그래 막 남어남어"
나 "맞아요 계속 쌓여가지고"
주인아주머니 "그런거 있음 그냥 나 갖다줘. 우린 새봉투 사다 쓰니까"
나 "네 꼭 가져올게요. 눈오고 이러면 안하세요?"
주인아주머니 "12월 한달만. 딱 쉬지"
나 "아이고 많이도 주시네."
주인아주머니 "많이 줘야지. 무우는 안필요해?"
나 "일단 집에 있어가지고 먹고 올게요"

뉴타운으로 향하는 뒷길 주말농장 사유지쪽에 있는 비닐하우스 가게. 바로 옆 밭에서 캐온걸 파는 유기농 및 로컬. 떡에 넣으려고 산 상추인데 정말 어마무지하게 많아서 꼼짝없이 상추파티행.


아침 산책 40여분 동안 네명이나 만나고 대화했다. 자기 가게에서 자기 일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틀 없는 대화가 좋다.